지금으로부터 30년도 훨씬 전 이야기야. 정확히 1992년에 일어난 일이지. 강원도 원성군에서 태어나 1남 4녀 중 외아들. 11살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등학교 검정고시 패스하고 1977년에는 대한지적공사라는 곳에 취직했대. 삼척에서 일하다가 원주로 전근 왔는데, 회사에서도 평판 좋고, 1987년에는 지적기사 1급 자격증에 최우수사원 표창까지 받았으니, 그 당시엔 꽤 능력 있는 사람이었겠지?
1982년에 결혼해서 딸 둘 낳고, 원주에 25평 아파트까지 샀대. 열심히 사는 가장의 이미지였지. 그런데 1991년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해.
문제는 종교였어.
아내가 장모님 권유로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 빠지기 시작한 거야. 그때부터 집안은 항상 전쟁통이었대. 아내랑 맨날 싸우고, 나중엔 고부 갈등까지 생겨서 그 어려운 환경에서 키워준 노모마저 집을 나가버려. 사람이 이러면 술을 찾게 되잖아? 이때부터 술에 절어 살기 시작했나 봐.

내 아내 내놔!
술김에 더 이성을 잃었겠지. 우리 집안에 불화의 원인은 '여호와의 증인'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야. 아내한테 종교 그만 다니라고 사정하고 협박도 했는데, 씨알도 안 먹혔대. 오히려 아내는 더 종교에 미쳐갔던 모양이야.
결정적인 날, 사건당일. 술에 잔뜩 취한 채로 휘발유 통을 들고 아내가 다니던 왕국회관으로 쳐들어갔어. 딱 문 앞에서 "내 아내 내놔라!" 소리 지르는데, 이미 예배 중이던 아내는 깜짝 놀라서 뒷문으로 도망쳐버렸지.
안에서 예배 보던 신도들이 "아내가 오지 않았다"라고 발뺌을 한 거야. 물론 진짜 안 왔다고 한 건지, 도망간 아내를 못 본 건지 알 수 없지만, 그걸 보고 더더욱 이성을 잃어버렸대. "그래, 어디 나만 지옥에 빠져 죽어보자!" 이 생각이었을까?
결국 손에 든 휘발유를 왕국회관 여기저기 뿌리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이걸 보고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양이야. 설마 사람이 그렇게까지 하겠냐 싶었겠지. 하지만, 결국 라이터에 불을 붙여버렸어.

한순간 불지옥이 된 왕국회관
불은 목재 건물이라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고, 사방은 아수라장이 됐어. 겨우 10분 만에 경찰이랑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불길이 너무 맹렬해서 무려 40분이나 지나서야 간신히 진화할 수 있었대. 불길 속에 휩싸여 사람들이 회관 안에서 고통 속에 타들어갔겠지?
그 지옥 같은 불길 속에서 결국 14명이나 되는 신도들이 불타 죽었어.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한 사람까지 합하면 15명이야. 그리고 25명이 중화상을 입었대. 순간의 화를 못 참고 범행을 저지른 게 수십 명이 죽고 다친 거지.

범행 후 우산동 파출소로 뛰어가 바로 자수했어.
사형수? 모범수?!
재판은 1심, 2심, 3심 모두 사형이 나왔어. 현재 사형이 확정되고 33년째 복역 중이고 집행이 안된 최장기 복역 사형수야.
2005년에는 간암 말기 진단까지 받았대. 의사가 '잘해야 5년 더 살 겁니다'라고 했어. 본인은 사형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그런데 1년 동안 항암 치료 4번 받고, 2006년 수술에 성공해서 완치된 거야. 멀쩡하게, 의사도 '기적'이라고 했대.

현재는 광주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지내고 있다고 해. 노역도 하고 싶다고 해서 노역도 하고, 독방 말고 다른 수감자들이랑 같이 방 쓴대. 이유가 출소할 동료 수감자들이 조금이라도 감화될 수 있게 본인이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생 목표라고. 자기 목숨은 귀한 줄 아나 봐.
사형수 시효?
장기 사형수가 너무 오래 살아서 별 해괴망측한 문제까지 터졌지. 사형수가 너무 오랫동안 구금되어 있으면 '시효가 만료되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던 거야. 형법에 사형수 구금 기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거든. 이게 시효가 지나면 사형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쪽이랑, 사형 집행을 위해 구금된 건 시효가 진행 안 된다는 쪽이 싸우기 시작한 거지.
사형의 집행시효 폐지
사형수는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자라고 보면 되잖아? 혹시라도 풀어날수 있는 기대감을 안 주려고, 국회에서 법까지 바꿔버린 거야. 사형을 '형의 시효' 대상에서 아예 빼버리고, 이미 사형선고받은 죄수자한테까지 소급 적용되도록 개정했대. 장기 사형수 한 명 때문에, 국민들이 나서니 나라 법까지 바꿔 진거야.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여생을 보내겠지? 종교로 인해 집안이 안 좋게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었으니 그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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